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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간 74마리…제주의 새가 위험하다
하가리 방음벽에 충돌한 직박구리 (사진=성난비건, 윈도우스트라이크모니터링 제공)
○ 74마리. 제주도 내 도로 방음벽과 건물 유리창, 버스 정류장에 부딪혀 사망한 새의 숫자다.
- 이화여대 윈도우스트라이크 모니터링 팀(팀장 김윤전)과 광주 동물권 단체 성난비건(대표 희복)은 2022제주비건페스티벌이 열린 13일부터 4일간 제주에 체류하며 도내에 설치된 도로 방음벽과 건물 유리창, 버스 정류장 등 인공구조물에 충돌해 사망한 새들의 현황을 조사·기록했다.
- 두 단체가 4일간 기록한 조류충돌 피해량은 2018년부터 2022년 7월까지 제주도에서 관찰된 조류충돌 전체 피해량의 6분에 1에 달하는 수치다.
2022년 7월까지의 네이처링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미션 기록 (출처 : 네이처링)
- 2018년부터 2022년 7월까지 네이처링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미션에 기록된 제주 내 투명 인공구조물 충돌 피해 조류는 총 429마리이다.
○ 두 단체가 조사한 장소 중 높은 피해량을 기록한 곳은 도로 방음벽과 아파트 방음벽이다.
- 대정읍 영락리에 있는 도로 방음벽에서는 총 14마리가, 제주삼화부영사랑으로2차아파트와 삼화LH2단지아파트 앞에 설치된 방음벽에서는 총 19마리가 투명 방음벽에 부딪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정읍 영락리에 설치된 도로 방음벽은 높이가 낮은 1단 방음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새들이 충돌하고 있다.
- 이러한 모습은 애월읍 하가리에 있는 한 방음벽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 이제 막 부모새의 품에서 독립한 어린 직박구리를 비롯해 총 4마리의 새가 1단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목숨을 잃은 것이다.
- 생물학적 특성 상 투명 구조물을 장애물로 인식하기 어려운 새들은 빠른 속도로 비행하다가 투명 구조물에 충돌하면서 크게 부상을 입거나 죽게 된다. 또한 높이가 낮은 나무나 관목 사이를 날아다니는 과정에서 높이가 낮은 1단 방음벽에 충돌하기도 한다. 조류 충돌 사고가 규모가 큰 건물이나 방음벽에서만 일어나지 않는 이유다.
○ 이번 조사에서는 방음벽 피해 기록이 많이 확인되었으나, 이는 유동 인구가 적은 방음벽 특성이 적용된 결과다.
- 김윤전 팀장(이화여대 위노우스트라이크 모니터링)은 “건물 유리창과 유리 난간, 버스 정류장은 유동 인구가 많고, 미화원, 건물 관리인 등에 의해 사체가 치워질 가능성이 높아 충돌 피해를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타 지역에 비해 방음벽이 적은 제주 특성상 도내에 설치된 건물 유리창이나 유리 난간 등에 훨씬 많이 충돌할 것”으로 예측했다.
- 2018년 국립생태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해 건물에서는 유리창에 충돌하는 새는 765만 마리, 방음벽에서는 23만 마리의 새가 투명 인공구조물에 부딪혀 다치거나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이번 조사에서 두 단체가 주목한 장소는 버스 정류장이다. 버스가 접근하는 모습과 승객의 존재를 확인하기 용이하도록 사방을 투명창으로 마감한 버스 정류장이 늘어나면서 주변 초지와 산간에 서식하는 새들이 충돌할 위험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네이처링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미션 기록에 따르면, 천연기념물인 새매를 비롯해 박새, 흰배지빠귀 등 제주에서 서식하는 다양한 종들이 버스 정류장에서 충돌 피해를 입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에 대한 관심과 조사가 이 문제 해결의 중요한 실마리임을 보여주는 사례는 이미 제주에서도 여러 차례 진행된 바 있다.
- 제주 예래초등학교 학생들은 2021년 가을, 학교 투명 방음벽에 5×10 규칙(새들이 유리를 장애물로 인식해 피해갈 수 있도록 상하간격 5㎝, 좌우간격 10㎝로 문양을 넣는 것)으로 야생조류 충돌 저감 스티커를 부착하였다.
- 시민 조사를 통해 많은 새들이 충돌 피해를 입는 것으로 확인된 제주 애월항 방진벽에는 2021년 가을에 조류충돌저감필름이 시공되었다.
○ 희복 대표(광주 동물권 단체 성난비건)는 “지역 내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역민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생태 가치가 높은 제주에서 인간이 설치한 투명 구조물에 덧없이 희생되는 생명이 늘어나지 않도록 도민들의 꾸준한 관심과 주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